읽는 존재

모짜르트의 개막장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감상평-알마비바 등신 등신 상등신

키엘97 2022. 1. 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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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보마르셰의 희극 피가로의 결혼(1784년)에 기초한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으로 1786년에 작곡한 오페라입니다. 저의 IPTV 최애 채널 중 하나인 오르페오에서 모짜르트 주간이라 틀어준 주말 오페라죠.

주요 배역
알마비바 백작(The Count Almaviva): 바리톤, 수잔나에게 치근덕댄다
알마비바 백작부인(The Countess Almaviva)': 소프라노, 로지나
피가로(Figaro): 바리톤, 세빌리아의 이발사, 백작의 하인
수잔나(Susanna): 소프라노, 피가로의 연인, 백작부인의 하녀
케루비노(Cherubino): 메조 소프라노, 백작의 어린 시종, 백작부인을 연모함
조연 배역
마르첼리나(Marcellina): 메조 소프라노, 시녀장으로 피가로의 채권자, 피가로와 결혼하고 싶어함
바르톨로(Bartolo): 베이스, 피가로에게 복수하려 함
바질리오(Basilio): 테너, 음악가이자 책략꾼
돈 쿠르지오(Don Curzio): 테너, 재판관
안토니오(Antonio): 베이스, 정원사
바르바리나(Barbarina): 메조소프라노, 안토니오의 딸


인물 관계도는 이러합니다. 뭐 자세하게 나와 있는 게 없네요. 굳이 말하자면 모짜르트의 전작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이발사 피가로의 기지로 결혼에 성공한 알마비바 백작과 알마비바 백작부인의 뒷 이야기라서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이어지는 관계도가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하지만 본인이 그릴 생각은 1도 없음, 귀찮으니께)

피가로는 이제 백작의 하인이 되어 있고, 백작부인 로지나의 하녀인 수잔나와 연애 결혼을 앞두고 있죠. 문제는 이 드라마 1막에서 수잔나가 피가로에게 고백하는 것처럼 알마비바 백작은 결혼한 뒤에 수많은 성 밖 여자들과 외도를 하다가, 이제는 사정상 성 안에 있는 여자들을 건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께 부인의 시녀 수잔나에게 꽂힌 겁니다. 백작도 수잔나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알고 있어요. 이 상황에서 켸켸묵은 초야권을 발동시켜 피가로와 수잔나의 첫날밤을 가져갈 수도 있겠지만...이제 중세가 아니라 먹물이 들 만큼 든 근세잖아요? 

개꼰대가 되기 싫었던 알마비바는 수잔나가 자신을 원해서 자신의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갖은 책략을 꾸밉니다. 집의 음악교사 바질리오도 백작의 수하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마침 피가로에게 돈을 빌려줬던 시녀장 마르첼리나(피가로의 엄마뻘은 될 만한 엄청난 연상의 여인입니다. 중간에 마르첼리나와 수잔나가 어머 현명하신 아주머니/응 하녀야 하고 정중하게 캣파이트 뜨는 장면이 압권임)도 채권을 빌미로 피가로와 결혼을 간절히 원했던지라 한 편이 됩니다. 그리고 '세빌리아의 이발사' 때 피가로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던 덕망 높은 의사 바르톨로도 한 패가 되어서 피가로와 수잔나의 결혼을 방해합니다.

문제는...알마비바 백작의 하반신 가벼운 강남좌파...아니 586...(고 박원순씨는 죽기 하루 전까지 쌍방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뭐 암튼 그런 면을 본인 말고는 모두 간파하고 있으며, 여주인공인 하녀 수잔나가 얌전하고 덕성 높아 보이지만 굉장히 영리하고 교활한 여자라는 겁니다. 또한 알마비바 백작 부인 로지나가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날렸던 히로인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조용히 자긍심 높고 고귀한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남편이 수잔나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걸 이미 알고 꽤나 상처받았어요. 그녀는 수잔나와 한 편을 먹고('저는 히데코 아가씨와 한 편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남편에게 망신을 주고 마음을 돌리고 싶어합니다.(근데 남편이 망신 먹으면 마음이 더 뜨지 않나?라고 잠시 생각해 봅니다)

여기서 밤에 백작과 밀회를 할 수잔나의 대역으로 백작의 어린 시종인 절세 미소년 케루비노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 꼬입니다. 케루비노는 뭐랄까... 미실의 여동생 미생과 같은 풍류 나비입니다. 모든 남자들은 케루비노를 싫어하고 모든 여자들은 케루비노를 좋아하지요.(보통 메조 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케루비노 역할을 맡는데, 여기서도 미인이 맡아서 매우 좋았습니다) 지극히 궁둥이 가볍기 그지없는 '여자같은' 미소년 케루비노는 지금은 백작 부인한테 꽂혀 있어서 여장 과정에서도 백작 부인에게 끊임없이 플러팅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숙한 백작 부인께서는 케루비노에게는 어쩐지 다 받아주는 느낌입니다 ;ㅁ; 그 와중에 백작이 돌아와서 백작 부인은 케루비노를 숨기는데 백작이 지는 온갖 난봉을 부리면서 백작 부인한테는 미친 듯이 질투를 부려서 또 한바탕 헛소동이...(이 부분은 셰익스피어적 기지가 넘치는 장면이라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면은 바뀌고 백작은 수잔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알지만, 피가로에게 가는 꼴은 못 봐주겠다며 결혼을 기필코 방해하고 말겠다고 다짐합니다. 피가로의 채권자 마르첼리나 시녀장이 바르톨로와 나타나서 '빚을 갚거나, 자신과 결혼하거나'라고 협박하고 백작은 이 편을 들자 피가로는 '나도 멀쩡한 집 자식인데 부모한테 허락을 받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소'(어이...수잔나 때는...)하고 버팁니다. 그리고 다들 '니가 무슨'하고 비웃자 자신이 어릴 때 납치당해서 그렇지 귀한 집안 자식임을 털어놓고... 알고 보니..

피가로는 의사 바르톨로와 마르첼리나 시녀장의 아이였습니다 짜잔 ;ㅁ; 피가로는 자신의 친모와 결혼할 뻔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느무 웃긴 게 바르톨로나 마르첼리나는 너무나 빨리 태세 변환해서 피가로의 부모 역할로 돌아서서 오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그럼 니가 원하는 대로 수잔나랑 결혼하렴 하고 수잔나도 분명히 1시간 전에는 연적으로 맞짱 떴으면서 마르첼리나랑 우와 시어머니 사랑해여<-이러고 있음;;; 하긴 수잔나는 사회 생활을 잘 하지...

그래서 둘 사이의 공식적인 장애는 없어지고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요, 모든 사람들이 '초야권을 행사하지 않은 관대하신 알마비바 백작님을 찬양하라'고 아리아를 불러대지만 당연히 백작은 시녀 수잔나에게 미련이 드글드글 남았습니다. 그래서 백작 부인과 수잔나는 온실에서 백작과 수잔나의 밀회를 마련하고 수잔나로 변장한 백작 부인을 대신 보냅니다. 근데 여기서 또 꼬여서<-;;; 피가로는 자신의 신부 수잔나가 백작에게 드디어 넘어간 줄 알고 복수심을 불태우고 매복하다가, 목소리를 듣고 백작부인이 아니라 수잔나인 걸 알아챕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죠? 저도 피곤합니다...  알마비바 백작은 수잔나로 변장한 백작 부인과 섹스하러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서 나오는데, 자신의 부인과 피가로가 정열을 불태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으앜 죽여버리겠다 얍얍하고 있는데 수잔나가 그들을 용서해주라고 나옵니다...알고보니 지가 만났던 건 지 와이프 지 와이프로 알았던 사람은 수잔나...

백작의 무릎은 하찮기 그지 없습니다. 바로 무릎 꿇고 부인에게 용서를 구하며 사랑을 맹세합니다. 부인은 사과와 맹세를 받아들이고 수근수근 무슨 일이야 하고 모여든 하객, 피가로, 수잔나와 함께 샴페인 파티를 벌입니다.

 

아참 덤으로 우리 풍류 나비 케루비노는 백작이 이전에 플러팅을 하던 하녀 바르바리나 누님의 손에 넘어가서 결혼당했습니다...

 

...이게 줄거리라니까요...물론 뭐 더한 것도 있는데 싶긴 하겠지만 그건 토스카처럼 대놓고 비극을 표방한 것도 아니고 가볍기 그지 없는 오페라 투테에 명랑한 모짜르트입니다. 명랑한 활극으로 막장을 세 시간 봐 보십쇼...거기다 쓸데없이 멜로디는 좋고 너무 연기를 잘해... 우리 피가로 오빠 너무 등치 크고 느끼하니 울림통 죽이고 백작 부인 고귀한 기품 그대로고 수잔나랑 합이 너무 잘 맞아...

 

아참 이 버전은 20세기 식으로 의상이나 무대를 각색했는데 나름 좋았습니다.

 

그리고 또 뭐냐... 아참, 이 오페라가 가장 유명한 게 오페라 서곡과 더불어서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백작부인과 수잔나의 2중창 그 장면일 텐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un7tf_iCGPA 

앤디...행복하니?...(아련)

덧. 제가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냐면요, 알마비바 백작 인생에서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두 여자는 부인과 수잔나였을 겁니다. 하지만 부인도 수잔나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죠.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다는 은유였을 겁니다만 어유 등신 ;ㅁ;

 

덧2. 그리고 '세빌리아의 이발사'-'피가로의 결혼'을 보고 백작 등신아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면서 생각나던 건 역시나 우리 홍준표씨(실제 인물 아님). 뭔 헛소리냐면요, 20세기 걸작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김상중과 배종옥 커플이 엄청 인기를 끌었죠. 그리고 김상중은 능글능글 자신만만한 면모로 '국민 사위'로 등극했었는데 불과 10여년만에 같은 드라마 작가의 후속작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상중은 아내 배종옥의 절친 김희애와 불륜하면서도 아내의 찐 감자는 포기 못하는 홍준표 교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