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쥬 2022 F/W 신상 원피스 독일 직구 후기-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8월 중순에 접어든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신세계 센텀점에 갔다가 시간이 조금 떠서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고 있었을 때 얘깁니다. 보통은 신관 지하의 시코르-서점-일렉트로마트 이렇게 찍으면 시간 잘 가서 괜찮은데
- 최근에 화장품 신상을 두 번 사서 시코르는 딱히 가도 관심가는 게 없었고
- 서점에 갔더니 바뀐 큐레이션이 제 취향이 아니라서 빨리 나왔고
- 일렉트로 마트는 망했...용진아 동생네 시코르는 잘 되는데 이게 뭐람;;; 그래도 내 취향이었는데 흑흑.
여튼 그래서 평소에 안 가던 패션 매장에 뭐 없나 하고 어슬렁거렸다는 얘깁니다. 마쥬 할인 행사하는 매대에서 좀 그럴싸해보는 원피스가 있는데 판매 사원이 안 보이길래 본 매장으로 찾아갔습니다. 근데 그것이 행사 상품이 아니고 이번 시즌 신상이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거기서 1차로 혼자 빈정 상함.(혼자 기대하고 혼자 상처 받고 ㅉㅉ)
입어 보니 이렇게 나옵니다. 대충 2키로 빼면 태가 좀 나겠군요. 그리고 위에 노카라 재킷을 입는 게 낫겠어요.
입어 보고 가격을 물어보니 57만원입니다. 쫌 놀래서 실크냐고 물어보니까 실크 아니래요. 실크면 당연히 가격이 더 있죠 하고 쫌 뭐라하심 거기서 2차 마상 222 마쥬 첫구매 3만원 할인+백화점 행사 상품권 1만원 받으면 실질적으로 53만원이라고 하더군요. 흐음... 좋긴 한데요 비스코스 천에 과연 53만원을 들일 자신은 안 들더군요. 그리고 아직 살이 좀 쪄서-_- 옷이 태가 안 나는 문제도 있고 해서.
일단 집에 와서 백화점 상품권을 탈탈 긁어서 사려고 하다가...잠깐 아 맞다 내가 요즘 달러랑 유로가 많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쥬 미국 사이트를 찾아봤어요.
https://us.maje.com/en/categories/dresses/122rosangeo/MFPRO02566.html?dwvar_MFPRO02566_color=Q003
미국 공홈에 들어갔더니 445불. 첫구매 할인 10% 받아도 400불 정도이고 환율에다가 관세 부가세 생각하면 53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음 다시 한국 걸로 살까 하다가...유로가 생각났습니다. 요즘 미국 달러 대 유로 환율이 0.95:1로 거의 1에 가까운 전대미문의 환율 불균형 상태거든요.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의 잘못된 베팅과 뭐가 되든 방구석에 있는 미국이 노나는 현실 등등이 반영되었습니다) 오 그러면 마쥬가 프랑스 거니까 프랑스 공홈에서 사면 되겠네? 했는데 그 동안 스쳐갔던 수많은 배송대행 사이트가 생각났습니다.
그곳에 프랑스 배대지보다 독일 배대지가 한참 더 많았단 말이죠...잠깐의 검색으로 알아낸 사실은
-독일이 유럽 물류의 중심이라 훨씬 물건이 많다
-물건이 많고 수요가 많으니 세일도 많다
-최근에 일부 한국의 배송대행 사이트에서는 독일의 부가세(19%입니다 끼야아악...요새 현 정부가 부가세 올리겠다고 염병천병 떨어대면서 선진국 평균 소비세가 한국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하는데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만큼 한국이 선진국이고 복지로 돌아올 거냐고 한다면...ㅋㅋㅋ)를 환급해 주는 서비스를 합니다. 부가세가 국내 소비를 전제로 매기는 건데 해외로 수출하는 건 기본적으로 부가세 0으로 환급받을 수 있거든요. 다만 소정의 신고 환급 절차가 있는데 이걸 대행해 준다는 겁니다. 한국 관세 면제도 상당 부분 도와줄 수 있구요.
또 지가 관심있는 분야는 신나서 떠들어대는 설명충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해외에서 직구로 물건을 살 때 우리가 부담하는 총 비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외국가 순 구매가격+해외 부가세+해외 배송료(각종 직구 관련 수수료 포함))*(1+한국의 관세율)+(1+한국 부가세율(10%)) 이렇습니다. 여기서 해외 부가세를 환급을 받을 수 있으며 유럽과 한국은 FTA가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세가 면세되는 범위를 넘어가서 물건을 사도 적절한 증빙만 있다면 관세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아까 얘기한 대로 독일의 부가세는 19%이며 한국의 관세율은 물품에 따라서 다르나 대체로 의류는 15%에 달합니다. 여기서 부가세 환급 대행업체의 수수료 9%를 제해도 27.5%가 좀 넘는 금액을 아낄 수 있습니다.(왜 25%가 아니고 27.5%냐면...부가세 더한 금액에서 곱하잖습니까;)
그래서 겁나 또 혼자서 재미있어진 저는 독일 직구 배송대행과 부가세 환급, 관세 면제를 대행하는 업체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업계를 선도하는 메기;는 코트리이고 부가세 환급을 처음 했는데 지금 비슷비슷한 업체가 다 서로 그 킬러 서비스를 베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 그럼 원조가 뭐가 나아도 낫겠지 해서 봤는데...
코트리가 뭐랄까요...여초 특유의 그 폐쇄되고 가입 겁나 힘든 그런 구조더라구요...이게 소규모 유저들 대행 까페로부터 출발해서 그 까페만 들어가 있는 텔레그램방에서 추천 코드를 받아야 소정의 가입비를 내고 코트리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코트리의 말로는 그까이꺼 가입비 직구 몇 번만 하면 금방 뽑는다는데 어차피 의리란 건 없고 먹버가 일상인 저한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그래서 쫌 더 알아보니 아무21이라는 곳이 독일 배대지, 부가세 환급, 관세 면제가 다 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곳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들어가고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https://www.amoo21.com/
여러번 얘기했지만 뇌가 커뮤에 절여진 저는 저 사이트를 보고 생각난 게
이거요...근데 또 묘하게 믿음은 가더라구요. 그렇구나 사이트 개발하고 업데이트할 돈을 아껴서 고객에게 돌려주는구나<-모름;;;
아무21에서 한 제 구매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일 브로이닝어 백화점에서 아까 마쥬 원피스 구매. 구매하면서 아무21의 독일 배대지를 배송지로 기재. 결제 수단은 유로화가 있는 페이팔로 함.
https://www.breuninger.com/de/
왜 마쥬 독일 공홈이 아니라 브로이닝어에서 샀냐면 15유로 쿠폰이 있어서 독 부가세 포함 265유로에 살 수 있었거든요(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안 사면 100프로 할인) 브로이닝어가 슈투트가르트, 라이프치히 등 구 동독에 주로 베이스가 있어서 긍가 행사를 많이 하더라능...
2.브로이닝어에서 발송할 때쯤 아무21 구매대행 게시판에 가서 구매대행 신청과 배송추적번호 기재. 이 때 한국 관세 면제를 위한 FTA 원산지 증명서 신청도 함.
3.독일 배대지에 물건이 도착하면 아무21 독일 담당자가 실측하고 실제 무게와 부피에 근거한 해외배송비용 및 관련 수수료 청구 문자가 옴. 그러면 입금.
4.며칠 또 지나면 한국의 관세사무소에서 관세는 0이 되었으며 10%부가세 납부 문자가 날아옴. 관세납부번호로 조회해서 인터넷 뱅킹으로 부가세 이체.
5.며칠 지나서 인천에서 부산으로 원피스 배송. 실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물이 좀 더 이쁘네여. 혹시 프랑스 이 새끼들이 인종 차별 쩔어서 한국 것보다 즤들 물건이 더 좋은 거 아냐?<-모름 모함임;;
그렇게 대략 2주일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총 비용은 앞으로 들어올 독일 부가세 환급 감안하면 37만원 조금 안 되게 들었구요. 원래 있던 페이팔 유로 빼고 순 추가 비용은 배송대행과 한국 부가세 다 쳐서 대략 7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엔 아무21 접속해서 브로이닝어 인보이스 보내고 독일 부가세 환급 신청했어요. 대략 두 달쯤 걸린다더군요. 다른 데는 미리 향후 배대지 비용 등으로 사용 가능한 적립금으로 쌓아서 주는 데도 있다던데 전 돈이 좋아서<-;;;
이렇게 저의 마쥬 원피스 첫 독일 직구는 16만원을 아끼고(다시 말하지만 안 사면 100퍼센트 할인) 장엄하게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달러유로 패리티에 이어 달러파운드 패리티까지 생기는 마당에 영국 직구도 해 볼까요?
그나저나 향후에 제가 환급 대행사에 주는 9% 수수료가 아까워서 직접 독일 부가세 환급을 받겠다고 난리를 치지 않을까요? 그러고도 남습니다. 전 쬐애끔 독일어를 할 줄 알거든요. 기억하자 안 사면 100프로 할인-_-
덧. 제목이 뭔 얘기냐면, '의도적으로' 찜한 물건을 한국 백화점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 인터넷 최저가로 사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좀 못 믿을 항변입니다. 아니 전 진짜 배콰점에서 사고 싶었어요. 빈정이 여러번 상하지 않았다면<-;;;
덧2. 중국에서 해당 원피스의 그럴싸한 카피를 17만원대에 팔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에서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