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한 중년 환자

근황-체력 저하와 불면증으로 고생하며 생활 재 조정 중

키엘97 2023. 3. 1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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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아서 요약부터 먼저 쓰겠습니다.

- 발목 재활이 생각보다 더디고 어려움

- 오랜 와병 생활로 체력이 완전 고갈되었으며 이 여파인지 불면증이 다시 옴

- 비상 사태로 판단하고 신경정신과 외래, 방송대 휴학, 재택 근무 줄이기 등 생활 재조정 중

작년 9월 말에 낙상으로 발목 삼복사골절이 일어나 뼈가 여러 조각이 났었습니다. 당시에 3주 가량 입원했었고 그 이후에도 3개월 가량 목발과 보조기 생활을 했었어요. 그리고 가장 큰 고정 핀을 뺀 후 1월 말부터 병원을 바꿔서 1주일에 두 번씩 재활 치료를 다니고 있습니다. 

 

재활이 한 달 반 째인데 평지를 예전보다 조금 덜 부자연스럽게 천천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오랜 목발 생활로 발목과 다리 근육이 다 빠지고 남은 근육은 굳어버렸나봐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재활 운동도 매일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목표는 발목이 직각에서 10도 정도(현재는 5도) 더 굽혀져서 약간의 경사지나 계단을 걸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시험삼아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 봤는데 아직은 무리군요.

 

필라테스 등으로 몇 년간 착실하게 쌓아왔던 체력은 몇 달 동안에 완전 방전이 되어버렸고, 현재 운신의 폭이 좁다 보니 매일 매일 끌어올릴 수 있는 체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내내 누워 있던 겨울 동안은 그저 수동적으로 뼈만 붙으면 되다 보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제가 노력이란 걸 해야 하는 재활 기간이 되자 체력 고갈이 뼈저리게 느껴지네요. 

 

그 와중에 생애 네 번째(7년 전-5년 전-3년 전-그리고 지금) 불면증 주기가 다시 왔습니다;;; 사실 직전 웨이브였던 3년 전, 회계법인을 휴직하고 다녔던 신경정신과에 작년 9월까지 약을 최소한으로 줄여가면서 관리 단계였는데요, 사고로 옴짝달싹 못하고 대리 처방도 요즘은 법으로 금지라 어쩔 수 없이 약을 한 동안 먹지 못했어요. 그 여파도 있을 테고, 최근 체력의 방전이나 대외 활동이 극히 제한된 채로 몇 달을 보낸 것도 영향이 충분히 있을 겁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 신경정신과를 다시 찾아서 복약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불면증은 여러 모로 사람을 갉아먹습니다. 이번에도 이명이 꽤 심하고, 집중력이나 지력이 떨어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집니다. 제가 정상일 때 100으로 치자면 지금은 20 정도를 하루에 나눠서 안간힘을 써서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그간 계획했던 일도 다 수습해야죠. 서울에 적을 두고 있던 직장은 외부 요인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방송대 법대는 특별 휴학 신청을 넣었습니다. 신생 회계 법인은 감사-세무 시즌을 넘긴 후에야 설립이 완료될 듯하여 일단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음, 그리고 번역은요...솔직히 양날의 검입니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일만 하고 있고, 그나마 제가 최소한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지켜주기는 하는데(저는 의무감 하나는 끝내주니까요;;;),  여기서 제 상태가 악화되면 지금 하는 일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는 게 제 몸이라는 걸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선 순위를 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