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존재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키엘97 2022. 5. 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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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빠른 지인 덕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이건희 기증 1주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5월 26일 12시 반 타임으로 다녀왔습니다. 정작 그 분은 일 때문에 못 갔지만(...ㅠ;) 동행을 해 주신 화가님의 촌철살인 코멘트에 매우 재밌는 관람을 하였어요.

실은 이 후기는 말이죠...

이 짤이랑...

이 짤을 써먹고 싶어서 쓰는 겁니다. 트인낭 설명충 모드로 들어가자면, 이게 어느 순간부터 '러시아 혁명 후 시민군들이 궁궐과 귀족 저택에 난입한 후 생전 처음 보는 호화로운 경내에 놀라고 허탈해 하는 모습'이라고 돌아댕기고 있습니다. 아마 맞는 거 같습니다. 20세기 초반에 러시아는 유럽 최빈국이었지만 왕실하고 귀족의 돈지랄...아니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했거든요. 빵 좀 달라고 하는 데다가 총을 난사해놓고 저러고 살았으니 쯧;;;

아참, 저는 언제나 수정자본주의자였고 딱히 사회주의에 경도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보다 보니 처음에는 짤 1의 소년병처럼 와아아아 이게 뭐야 하다가 어머 다 아는 거잖아 이게 다 개인이 꿍쳐(...) 뒀던 거야 하다가 딱 한 순간 짤 2의 죽창..아니 투쟁 전사 모드가 되었습니다.

뭐 누구에게나 소중한 연꽃 한 송이;는 있으니께요 껄껄껄...(의미 불명)

대체 큐레이터가 왜 이건희씨 코스프레를 컨셉으로 선택했을까요. 이 전시회에 온 뭍 대중들이 가장 감정을 이입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그이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어머 이게 뭐야 하고 거부감이 들었는데 보다 보니 어허허 긍가부다...

이번 전시회에 포함되어 꽤 화제가 되었던 모네의 정원. 아 지베르니 가고 싶다...

이걸 상속세로 턱하니 내놓을 줄이야. 

박래현 그림이 두 점 있었는데 둘 다 괜찮았습니다.

안빈낙도를 다시금 다짐하고 갑니다.

흔치 않은 백자의 아랫선과 그림이 참 어울립니다.

정작 박래현은 저럴 시간이 없이 가사와 그림에 치여가며 살았지만.

예전에는 청자>>>백자였는데 요새는 백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이가 들었나봐요.

이게 추상화 식으로 홍매화를 형상화한 건데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의 느낌이 엄청나게 다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보기 참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그림.

이번 전시회의 슈퍼스타 인왕제색도는 5월 31일까지 한 전시실을 통째로 쓰고 있습니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개발새발 찍었음. 실물이 생각보다 꽤 컸으며 감동이 상당했습니다. 정선이 76세에 이 그림을 그렸더라구요. 그 당시에 백살에 맞먹지 않나(...)

이쁨.

웬지 거늬찡이 좋아했을 거 같습니다(아 뭐 좋아하니까 샀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이번 전시회에서 보길 제일 잘 했다 싶었던 작품. 

음? 이거 너무 국사책 ST?

개인이...

(저랑 닮았군요...)

한글 창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찍어낸, 바로 그 창제한 왕이 명하고 왕비를 기리는 걸 왕자가 기획해서 만들어낸 이 석보상절 초간본을 가지고 있었군요. 저는 바로 이 시점에서 잠시 짤 2의 죽창 모드가 되었습니다. 예술품에 대해서는 그래그래 돈 많은 사람이 보관도 잘 했네 그려 어허허 뭐 장물만 아니면 됐지 모드였다가 이건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빡쳤습니다.뭐 제겐 이게 연꽃 한 송이인가 보죠;

실제 투명한 옷자락과 섬세한 손 표현이 실제로 보면 말도 못하게 우아하고 고급집니다.

조선 민화 중에서 이렇게 굶주린 민중을 사실적으로 그린 건 흔치 않습니다. 근데 왜 이걸...?(후략)

박수근입니다.

박래현 두 그림 중에서 저는 이쪽이 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섹스 호기심 쩌는 외국인한테 팔아먹을 용도로 본격적으로 그린 기방 그림이라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계 경영의 의지 뭐 그런 건가;;;

이응노 그림이 생각보다 매우 거대하고 압도적이었습니다.

김환기 그림 있을 줄 알았음.

백남준 것도 귀신같이 이쁜 걸로 수집했던 거늬찡.

다 구경하고 상설전시관 쪽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저 아래 보이는 커다란 탁자가 충청도 공주에서 500년 묵은 오동나무로 만든 탁자라는데 참 나무가 잘 생기고 훌륭하더라구요. 여기 앉아서 더운 밖을 쳐다보며 멍때리니 이런 호사가.

남산 타워가 저 멀리 보이는군요. 미세먼지가 덜한 모양입니다.

-끝-